지난 6·4지방선거 이야기

 15년을 명문대 교수로 재직했던 A씨는 지난 해 모당의 당직자와 지역 인사로부터 자치단체장
출마 권유를 받았다.

그는 교수 재직당시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으로부터 평판도 좋은 편이었고, 고향에서 마지막 봉사를 
하고픈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 동안 귀뜸으로 듣던 '선거자금'이
마음에 걸렸다.

대학에서는 청렴 교수였던 만큼  재산이라곤 아파트 한 채와 유가증권을 포함
2천만원이 들어있는 통장이 전부였다.
그에게 출마를 권유했던 인사들은 이제 "돈으로 선거하던 시대는 지났다.  공천만 받으면
정당에서 나머지 문제는 다 알아서 해결해준다" 며 자금 문제는 신경쓰지 말라고 조언했다.
결국 출마를 결심하고 교수직을 사직 한 뒤 기자들에게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긴 건 바로 그 시점 부터이다.

A씨는 기초단체장 출마를 위해 본격적으로 선거사무실을 차렸고 선거를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하루 십여 명 씩 매일 찾아와 조직관리를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이 없다고 하자 "돈도 없이 어떻게 선거를 치르느냐" 는 핀잔과 함께
거센 마타도어에 시달려야 했다.
버티다 못해 결국 출마를 포기했고, 교수직 사퇴로 인해 실업자가 되었다.
이것은 현행 지방선거 풍토가 얼마나 '돈' 에 의해 좌지우지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돈 선거' 관건선거 척결을 위해 '선거공영제'는 투명한 정치자금, 금권정치 방지, 
각종 부패고리 차단을 위한 투명한 공천 깨끗한 선거 문화 정착에 집중하고
이를 위한 올바른 선거제도 정착이 시급하다.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것에 면죄부' 를 주는 작금의 정치권 의식구조 개혁이 없는 한 
완전한 선거 공영제는 불가능하다. 이제 백여 일 남짓한 제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다같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박필기  achi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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