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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관 목사] 새해를 따뜻하게
기독교한국신문 | 승인 2015.12.29 07:35

   
▲ 황 호 관 목사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사랑의 온도를 높이자는 캠페인이 열을 올린다. 무상한 세월은 크리스마스 앞으로 우리를 인도해 세웠고, 몇 날이 지나면 해가 바뀐다. 몇 년 전부터 이때가 되면 돼지 저금통을 들고 오셔서 맡기고 가시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아나운서가 전한다. 크고 작은 여러 모양의 동전으로 가득한 저금통 안에는 48,700원이 들어 있더란다. 작은 동전이 이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이런 포근한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싸늘하다 못해 소름 돋게 하는 비정한 아버지 얘기가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화나게 한다. 인천 11세 소녀의 학대받은 이야기다. 그것도 아버지로부터! 2년 동안이나 감금된 상태에서 아버지와 계모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하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탈출했다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라서 그렇다. 관계자를 통해서 전달된 브리핑 내용은 귀를 의심하게 한다.“아버지가 처벌받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네>라고 대답하여 어린 딸은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가 처벌받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다시는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더욱 기막힌 얘기는 전에도 집에서 탈출했으나 행인이 자신을 다시 집에 넣어 주었고, 이번에 다시 나왔다고 말했다니 그 어린 딸에게 집은 지옥이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결코 지나치지 않으리라.

사건은 지난 12일 낮 11시경 인천 연수구의 한 수퍼마켓 안에 6,7세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맨발로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한 주인이“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함으로 파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수퍼 주인의 눈에 들어 온 문 밖의 소녀는 연신 가게 안의 빵 진열대를 들여다보며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영하의 날씬데도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양말은 고사하고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 팔다리 곳곳에는 시퍼런 멍 자국이 선명했다. 당시 소녀의 키는 120Cm, 몸무게는 4살 아이 평균인 16Kg 정도로 바싹 말라 있었고 갈비뼈에도 금이 가있었단다.

소녀가 경찰에서 밝힌 내용을 정리하면“배가 너무 고파 집 세탁실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도망쳤고, 그의 아빠는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 말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하는 게임 중독자이며, 수돗물만 먹으니까 배가 너무 고파서 빵이라도 훔치려고 탈출했다.”는 것이니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경찰에 따르면 아버지 박씨는 딸이 2학년 1학기를 마친 2013년 여름쯤에 부천 시에서 지금의 집으로 이사한 후부터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아 배가고파 냉장고 문이라도 열면 주먹이나 쇠파이프 등으로 마구 때린 것으로 밝혀졌다. 어떨 때는 딸에게 일주일 넘게 밥을 주지 않으면서 애완견 두 마리는 잘 먹여서 딸의 모습과는 달리 지극히 정상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크게 사고 있다.

이것으로 끝이었다면 우리 사회는 사람 살만한 곳이 아니다. 이 비정한 소식을 전해들은 이웃들의 쏟아지는 온정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소녀는 정상을 회복해가고 있으며, 명석함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소식이 위안이 되고 반가울 뿐이다. 부디 앞으로 이 소녀에게 좋은 일만 있기를 마음으로 빈다.

성탄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전에 비해 길거리 풍경이 차분해져서 좋다는 생각보다는 너무 차갑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런 소식들 때문만은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들리는 총격사고, 끔찍한 테러소식들이 기쁜 성탄소식을 무색하게 하기 때문이다. 삭 마른, 그래서 앙상한 나무 가지와 같은 아프리카의 어린아이가 검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처절한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이 채운체로 다가온다. 나도 모르게 한 숨이 세어 나오고 나는 왜 저런 아이들을 돌보지 못할까? 혼자 소리를 신음처럼 토해낼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입안에 밥을 퍼 넣는 것조차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말구유에 누이신 아기 예수로 오신 주님은 우리에게 결코 큰 것을 주문하신 일이 없다. 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을! 그것도 못하겠대서야 어찌 섬김을 말하고 나눔을 논하겠는가? 성탄절을, 그리고 신년을 우리의 이웃과 더불어 따뜻하게 하리라 다짐을 하며, 사랑의 연탄배달에 나섰다는 슈틸리케 대표 팀 감독과 축구 선수들의 까만 모습을 떠 올려 본다.

예장개혁 증경총회장·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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