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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목사]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기독교한국신문 | 승인 2015.05.21 08:57

   
▲ 정 서 영 목사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향해 동방예의지국이라 부르는 이유는 동쪽에 있는 예의를 잘 지키는 나라라는 뜻으로 중국이 우리나라를 향해 이르던 말이다. 그만큼 예의범절을 잘 지켰고, 윗사람을 공경하는 마음이 한결같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면모를 살펴보면 윗사람을 공경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예의범절에 어긋난 행위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비단 사회뿐 아니라, 한국교회 안에서도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파렴치한 행태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 안에서 선후배의 모습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교회의 크기와 성도수에 따라서 달라지고 있다. 한참 후배가 고개를 뻣뻣이 들고, 한참 선배가 후배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얼굴이 저절로 붉어진다. 부끄러워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교회가 크면, 성도수가 많으며 선배를 공경하지 않아도 되느냐 말이다. 절대 아니다.

이러한 일이 비단 몇몇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안에서 고착화되어 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교회 안에서는 소위 잘 나가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위계질서가 재정립된다. 지도자는 지도자 나름 자신의 위치(?)에 맞는 대접을 받기를 원하며, 그를 떠받드는 주변 목회자들은 간과 쓸개라도 떼어줄 듯 머리를 조아린다. 나이와 신학교 선후배를 따지는 일은 사치가 되어 버렸다. 물론 선후배를 굳이 따지자는 것은 아니지만, 해도 너무한 처사다. 대접을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오히려 역으로 공경을 하면 스스로 높아지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이러한 행태에 머무르지 않고, ‘잘못된 것은 잘도 따라한다’는 말이 있듯이 차세대 리더라 자처하거나 신망을 받고 있는 목회자들도 이러한 모습을 모방하고 있다는데 할 말을 잃어 버렸다. 본인들보다 한참 윗사람임에도 마치 수족을 부리듯이 하는 행태는 눈뜨고는 못 볼 지경이다. 제아무리 교회가 크고, 성도수가 많아도 인격까지는 갖춰주지를 못한 것 같다. 오히려 더 낮아져야할 자리에 있음에도 무엇을 더 욕심내는지 가관이다. 마치 연예인처럼 인기에 함몰되어 최소한의 도리마저 잃어버렸는지 되묻고 싶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교회의 크기가 크다고, 성도수가 많다고 기고만장해서 고개를 뻣뻣이 들 것이 아니라, 더욱 겸손하고 낮아져야 한다. 특히 자신보다 연배가 있거나 인생의 선배라면 더욱 공경해야 한다.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윗사람을 섬겨야 한다.

부모의 개념은 육적인 관계를 넘어 연령에 있어서도 모든 윗사람, 모든 성직자, 직장 상사, 스승 등 포괄적이다. 따라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공경하는 것은 본인의 위치나 직위에 상관없이 당연한 일이다. 어린아이가 길거리를 치우는 청소부 아저씨를 보고 반가운 인사를 먼저 건네듯이 믿음의 선배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참인격자의 모습이다. 제아무리 잘났어도 윗사람을 공경하지 않으면 결국 불효를 저지르는 패륜아나 마찬가지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사람이 어떤 직위에 있게 되면 그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막 대해도 된다고 누가 말했는가, 그것은 그 자리에 어울리는 행동이 아니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고개를 숙여 섬기고, 그들과 눈높이를 맞출 때 비로소 빛이 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낮은 자리에서 윗사람을 공경하고,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모습으로 탈바꿈하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예장 합동개혁 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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