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傾聽의 技術’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많이 듣고 적게 말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리스 철학자 제논이 말했다. 이는 듣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말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 (고 이병철 회장)로부터 삼성에 입사하여 근무하는 첫날, 앞으로 마음의 지표로 삼으라고 “傾聽”이라는 휘호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이 휘호를 벽에 걸어놓고 늘 보면서 스스로에게 잘 듣고 있는가를 묻고 또 물으면서 노력한 결과, 각 방면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오늘의 삼성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123화법’ 이라는 것이 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1분 이야기하고, 2분 고객의 말을 듣고, 3분 동안 맞장구를 세 번 해줘야 거래가 성사된다는 말이다. 프로는 말하는 시간보다 고객의 말을 듣는 시간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인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프로그램 중 ‘Listening 프로그램’이 있다. 두 명씩 팀을 이루어 게임을 하게 한다. 한 사람에게는 1분 동안 인생을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이야기하게 하고, 나머지 한 사람에게는 들으면서 딴 짓을 하게 한다.

1분 후, 열심히 이야기한 사람은 굉장히 기분 나빠하고, 들은 사람도 무엇을 들었는지 전혀 모른다. 바로 이것이다. 말하고 있는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집중해서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매력이고, 최고의 대화기술이다.

그러나 이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상황이 있다. 즉각적인 문제해결을 원하는 상황에서라면 그저 들어주기만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즉각 대답하지 않는 자세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회사에서 일에 관련된 경우에는 직선적이고 성격이 급한 한국인의 특성상 ‘뭐야! 남의 이야기는 실컷 들어놓고 해결책은 왜 안 줘!’ 하는 마음이 들면서 ‘답답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때로는 적당한 타이밍에 맞춰 적절한 응답을 해 줘야 할 상황과 상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은 적극적 경청의 몇 가지 기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익히다 보면 적극적 경청이 쉬지 않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1. 모든 행동과 말을 중지하고 상대의 말에 집중한다

‘듣기’는 사실 쉬운 것 같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말을 듣다 보면 어느새 입이 근질거린다.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아는 체를 하고 싶고,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이야기가 나오면 반박을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상대가 열심히 말하고 있는데도 결국은 입을 열고야 만다. 그러나 그 순간 자신의 매력도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당신은 겨우 한 마디만을 했을 뿐이지만 상대는 당신을 ‘말이 많은 사람’,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린다.

상대의 말을 중간에 막지 않고 끝까지 듣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침묵 속에서 경청하는 버릇을 몸에 익혀야 한다. 그 순간만큼은 상대방이 하는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듯 경청하는 태도, 그것이 당신의 매력지수를 높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당신의 아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한다면 즉시 다른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그 사람에게 집중하라. 텔레비전을 끄고, 신문을 덮고, 마음을 모아 아내가 하는 말에 집중하라. 아내의 눈을 응시하면서 말이다. 이런 태도는 즉각 효과가 나타난다. 아내는 당신의 태도를 고맙게 여길 것이며, 당신은 그 사람에게 지대한 정서적 영향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2. 말을 가로채지 않는다

때때로 상대방이 말을 하다가 한숨 돌리는 사이 ‘이때다’ 싶게 말을 가로채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매력 있는 사람은 절대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화가 끊겼을 때, 언제쯤 말을 하는 것이 좋을까? 3~4초 정도 기다리다가 그래도 상대가 입을 열지 않으면 그때가 바로 당신 차례이다.

그러나 이때도 사실은 침묵하는 편이 더 좋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이야기를 할 때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털어놓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즉 상대는 당신의 대답이나 생각을 듣고 싶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털어놓고 싶어 이야기를 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 작업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상대방은 당신의 대답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내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있으면 그만이다.

3. 궁금한 것이 아니라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질문 한다

열심히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말의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질문하는 것이다. 상대의 이야기가 불분명할 때는 질문을 해서 명확하게 그의 뜻을 파악하라. 간단하게 핵심을 묻는 것이다.

단 주의할 것은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해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 그러니까 그건~하다는 말씀이군요”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나요?”  “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이렇게 대화를 진행하다 보면 이야기의 흐름이 상대방 위주로 진행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질문하는 사람에게 지배되기 마련이다. “질문하는 사람이 지배권을 갖는다”라는 명제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법칙에 속한다.

4. 상대의 말을 되받아 요약해준다

상대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핵심을 파악한 후 그 요점에 대해 되물을 줄 아는 스킬 또한 필요하다. 이는 제대로 경청하고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일종의 자가 테스트라 할 수 있다.

‘가짜 경청’이 아니라 정말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상대가 말을 마치면 잠시 침묵했다가 이렇게 말한다.“아하! 그래서 당신은 그렇게 했군요” “저런,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안타깝네요” “당신의 입장이 무척 난처했겠군요” “그런 일이 일어났지만 일이 잘 풀려서 다행입니다” 유연하게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상대의 말을 되받아 요약해준다는 것은 결국 상대에 대한 배려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할 것이다.

박필기 기자  ppk91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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