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요. 취업과 아르바이트 소개 사이트는 모조리 찾아다녔지만 오늘도 허탕입니다."

서울 모 대학교 3학년 김모(25)씨는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마련키 위해 이리저리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 방학도 절반이 지나가 이젠 돈벌이를 포기할까 생각 중이다.
 
지난해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노모(30) 씨는 최근 심각한 취업난에 일단 아르바이트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동네 편의점을 찾았다가 깊은 한 숨만 늘었다.

해당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신청한 사람이 20명이 넘는다는 점장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아르바이트 일자리마저 경쟁을 해야 한다는 어두운 현실이 김 씨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대학교 3학년생인 이모(22·여) 씨는 이번 아르바이트 계획을 포기했다.

졸업을 앞두고 사회경험을 쌓기 위해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의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지원해보려 했지만 이미 모든 곳이 채용을 조기에 마쳤기 때문이다. 특히 사무직 경쟁률은 기본 10대 1이 넘는 등 경쟁이 매우 치열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인맥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는 소문이 돌고 있을 정도다. 극심한 취업난에 지역 편의점과 주유소 등 아르바이트 자리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실업난이 가중되며 구직자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에 몰리는 바람에 제철 만난 대학생들이 일감을 찾지 못해 손을 놀리고 있다.

아르바이트가 대학생들의 전유물이던 과거와 달리 취업에 실패한 졸업생과 주부, 직장에서 은퇴한 50~60대까지 몰리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르바이트 기피가 심했던 편의점과 주유소 등도 근무를 희망하는 문의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장들은 방학기간만 근무를 원하는 대학생들보다 오랜 기간 근무가 가능한 졸업자나 주부 등을 선호하고 있다.

대학생의 전유물로 불리던 아르바이트는 지원자의 연령이 크게 높아졌고, 고학력 구직자도 몰려들면서 관련 사이트는 호황을 이루고 있다.

공공기관의 아르바이트 일자리 경쟁은 더욱 심각하다.

비교적 일이 쉽고 최저임금제 적용 등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없어 인기가 좋은 편이다. 이 때문에 각 공공기관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방학 시작 이전에 대부분 채용을 마치기 일쑤다.

특히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2년제 대학 이상 고학력 졸업자로, 6개월 이상 장기 알바 구직자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이는 경기불황과 취업난이 맞물리면서 정규직 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한 졸업자들이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직업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의 평균 연령도 크게 높아졌다.

실제 정규직 공채시즌 이후 공백기에는 아르바이트 소개 전문 사이트가 기존 종합 취업 포털 사이트의 방문자 수를 추월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도 난이도와 보수에 따라 구직자의 선호도가 뚜렷이 갈렸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피싱 등 다급한 구직자들의 마음을 이용한 신종 사기범죄도 속출했다.

이들은 허위 구인공고를 내고 지원자에게 사내 출입증이 필요하다는 핑계 등으로 주민등록번호, 통장번호, 비밀번호, 현금카드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제공된 개인정보는 대포통장 등으로 활용돼 또 다른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됐다. 또 순진한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취업 시킨 뒤 보이스피싱을 통해 얻은 불법 수입을 거둬들이는 인출책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박필기  hag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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